테헤란로의 하늘은 유난히 푸르렀다. 햇빛은 고층 빌딩 유리창에 반사되며 거리 곳곳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도로를 따라 줄지어 선 가로수들은 봄바람에 살랑이며 나른한 평온함을 자아냈다. 사거리 코너에 위치한 '블루빈 커피'는 그런 날씨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커피숍 안에는 회사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점심 후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고, 몇몇 대학생들은 노트북을 펼쳐 놓고 과제에 집중하고 있었다. 창가 자리에는 연인처럼 보이는 한 쌍이 앉아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남자는 카푸치노를 앞에 두고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고, 여자는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머금은 채, 그의 눈빛을 읽으려는 듯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 평온한 순간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거대한 폭발음이 커피숍을 강타했다. 사거리 한복판에서 엄청난 불길이 솟구치고, 유리창이 깨지며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커피숍 안에 있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드렸고, 창가에 앉아 있던 두 사람도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

 

"모두 엎드려요!"

 

남자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전까지 다정한 연인의 모습을 하고 있던 두 사람은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경찰 배지였다.

 

여자는 가방에서 권총을 꺼내더니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폭발 지점 확인했어요!"

 

"사상자 발생, 즉시 지원 요청!"

남자는 귀에 꽂은 무전에다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변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도로 위엔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 자동차 몇 대는 폭발로 인해 심하게 부서졌고, 몇몇 차량에서는 운전자들이 피를 흘리며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이쪽으로!" 여자가 외치며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나갔다. 바닥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남자가 있었다. 회사원으로 보이는 그는 폭발 충격으로 인해 머리를 크게 다친 상태였다. 여자는 즉시 무릎을 꿇고 그의 맥박을 확인했다.

 

"의식 있음! 그러나 출혈 심각! 구급차 요청한다!"

 

남자는 커피숍 앞쪽으로 이동했다. 사거리 쪽을 주시하던 그의 눈이 한 곳을 응시한다. 폭발의 진원지로 의심되는 차량이 보였다. 차량의 잔해는 도로 한복판에서 검게 그을려 있었고, 인근 건물들은 충격으로 인해 일부 파손되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이 있었다.

 

"차량에 문제가 있어."

남자가 중얼거렸다.

 

여자가 그에게로 다가왔다.

 

"무슨 뜻이야?"

"차량 내부에 운전자가 없어. 사전 설치된 폭탄일 가능성이 높아."

"그럼 원격 기폭... 누군가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네."

 

그 순간, 무전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타겟 도주 중! 검은 후드티, 키 180 정도!"

남자와 여자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말이 필요 없었다.

그들은 즉시 거리로 뛰쳐나갔다. 폭발의 충격으로 혼란스러워진 군중 사이를 헤치며, 용의자를 향해 질주했다. 남자는 뛰면서도 계속 무전으로 정보를 확인했고, 여자는 권총을 손에 쥐고 주변을 경계했다.

 

골목으로 뛰어든 용의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뒤를 한 번 돌아보더니 더 빠르게 달렸다. 여자가 즉시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방향 서쪽! 지원 요청!"

그들이 좁은 골목을 통과하자 용의자는 갑자기 방향을 틀어 한 건물의 출입문 안으로 뛰어들었다. 남자가 이를 놓칠세라 더욱 속도를 올렸고, 여자가 뒤따라갔다.

 

출입문을 박차고 들어간 순간, 용의자가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이미 여자의 총구가 그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움직이면 쏜다."

용의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멈춰 섰다. 남자가 그의 뒤를 막아 도망갈 길을 차단했다.

 

"누구의 지시를 받은 거지?" 남자가 차갑게 물었다.

용의자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그 눈빛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여자와 남자는 무전을 통해 본부에 체포 사실을 알렸고, 몇 분 후 경찰 특수부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테헤란로의 평온했던 날은, 그렇게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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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쬐는 태양, 물 한 방울 찾을 수 없는 사막 한 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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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응시하는 곳에는 빨간 문이 서있다.

이미 남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다는 듯 시간을 끌고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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